[다시 간다]54년 전 떠난 친모 “아들 보험금 달라”…구하라법, 3년째 표류

2023-08-29 12



[앵커]
2019년 가수 구하라 씨가 세상을 떠난 뒤, 17년 동안 연락 끊고 살던 친모가 나타나 상속권을 주장해 사회적 공분이 일었었죠.

이런 일을 막자며 일명 구하라법이 발의됐었는데요.

이런 일 이제 없어졌을까요?

<다시 간다> 이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2019년 11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가수 구하라 씨.

구 씨가 숨진 뒤, 17년 전 친권을 포기했던 친모가 유산의 절반을 요구했고, 법원은 구 씨의 친모에게 40%의 상속권을 인정했습니다.

[구호인 / 고 구하라 씨 오빠 (지난 2020년)]
"자식을 키우는 것을 포기한 부모에게 자녀의 안타까운 사망으로 인한 상속 재산을 아무 제한 없이 가져가는 이런 현재 상황이 과연 정의인가."

이후 부양 의무를 저버린 가족의 상속권을 제한해야 한다며 이른바 '구하라법'이 발의됐습니다.

3년이 흐른 지금 상황은 어떨까.

2년 전 경남 거제 앞바다에서 침몰한 대형 선박 127 대양호. 

승선원 10명 중 3명이 실종됐고, 실종자 가운데 김종선 씨의 동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고 13일 뒤 죽은 줄 알았던 생모가 54년 만에 나타나 보상금을 요구했습니다.

[김종선 / 김종안 씨 누나]
"(실종) 13일 만에 거제도를 왔더라고요. 아들하고 사위하고 딸하고. 나라에서 자기들이 1순위다 이래가지고 온 거예요."

생모는 3억 원의 사망보상금을 달라며 누나를 상대로 건 소송 1심에서 승소했고, 남동생의 집도 본인 명의로 변경했습니다.

남동생에게 자녀가 없다보니 직계존속인 친모가 우선 상속 자격을 인정받은 겁니다.

실종된 동생이 쓰던 방입니다.

누나는 동생이 그리울 때마다 벽면을 가득 채울 정도로 편지를 써놨고, 실종 전단지도 이렇게 모아놨습니다.

[김종선 / 김종안 씨 누나]
"아직 시신도 (물에서) 안 올라오고 하니 너무너무 보고 싶고요. 그 자식이 물에서 떠올리지도 못하고 있는데 생모라는 사람은 그 돈이 뭔지 보상금 받고 연금 받겠다고."

생모를 찾아가 실종된 아들에 대해 묻자 모른다며 선을 긋습니다.

[고 김종안 씨 생모]
"(김종선 씨 관련 여쭤보려고요.) 아니 몰라요. 우린 그런거 몰라. (아드님 모르세요?) 예. (김종안 씨 모르세요?) 일 없어요."

가수 구하라씨 사망 이후 발의됐던 이른바 '구하라법'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안와 정부안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 의원 안은 민법상 '상속결격 사유'에 양육의무 위반을 포함시켜 자동적으로 상속자격을 박탈하자는 거고, 정부안은 당사자가 소를 제기하면 법원이 판단해 상속 자격이 상실되게 하자는 내용입니다.

[노종언 / 고 구하라 씨 유족 측 법률대리인]
"이론적 출발점이 굉장히 다른 안들입니다. 결국 이것은 '가족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가?' 라는 논의까지 확장되게 되는 거거든요."

하지만 법안이 국회에 묶여 있는 사이 자식을 버렸던 부모가 돈만 챙겨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다시간다 이솔입니다.

PD : 홍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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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김예솔


이솔 기자 2sol@ichannela.com